하람님, 미르님과 함께한 사약 릴레이 합작입니다.
산하치→아야칸→히코타케 순서로 한 사람씩 커플링을 맡았으며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시면 다음 파트를 맡은 사람의 홈으로 이동됩니다.
저희끼리 놀며만든 사약이라 다소 불편하실 수 있으니 그 점은 미리 양해를..ㅠㅠ
“그리운 꿈을 꿨어.”
나른한 햇살을 쬐는 이불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잔잔했다. 아직 잠기운이 남아있는 것인지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는 평온했고, 따스한 온기를 품은 이불 속에서는 뒤척이는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느리게 뜨여지는 눈을 보지 못했다면 잠꼬대라 생각해버렸을 만큼. 칸에몽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는 미동도 없이 조용하고 작았다.
“어떤 꿈이었는데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칸에몽과 눈을 마주한 채 아야베가 물었다. 손을 뻗어 뺨을 쓰다듬자 햇살을 담은 뺨이 여느 때보다 온기를 띄는 것이 기분 좋아 아야베의 표정은 한 결 느슨해져 있었다.
깜빡.
깜빡.
그저 마주한 채 눈을 깜빡이기를 잠시. 제 뺨을 쓰다듬다, 눈가를 어루만지다, 귀를 건드리며 머리카락을 가지고 손장난을 치는 아야베의 손길을 가만히 둔 채 칸에몽은 다시 한 번 조금 굳게 눈을 깜빡였다. 밤잠에 마른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흘러나오려는 소리가 목구멍을 울렸다.
“인술학원.”
짧게 끊어진 한 마디에 아야베의 손길이 멈췄다. 마주친 눈은 깜빡이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가만히 바라보다, 눈이 가늘어지다, 언제 멈췄냐는 듯 다시금 손이 움직였다.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꼬아 건 채 귓불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갔다. 꼬아진 가닥이 스르르 풀어지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치의 동물이 사육장에서 탈출해서 다 같이 찾는 꿈이었어. 너구리였나, 토끼였나.
턱 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대로 내려와 감싸 쥐듯 목에 손을 얹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칸에몽의 입술이 벌어질 때 마다, 그 입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마다 옅게 떨리는 목울대의 감촉은 손목 부근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 거야. 인술학원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도 없었지.
잠시 그 기분 좋은 간질거림을 느끼다 완전히 팔을 뻗어 칸에몽을 감싸 안아버렸다. 아야베가 조금 더 가까이 붙어 고개를 숙이자 칸에몽의 쇄골 언저리에 코가 닿았다. 살내음이 났다. 이불냄새에 햇살냄새도 조금. 그리고 맡아지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의 냄새도 가득 묻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아야베는 더욱 강하게 칸에몽의 몸을 끌어안으며 코를 묻었다.
그런데 해가 질 때쯤에, 하치가 어디선가 손수건 하나을 들고 왔어. 그 녀석이 매고 있던 손수건이었다나. 흙바닥에라도 구른 건지 더럽더라.
따듯한 온기 위에 제 고개를 얹고, 두 팔 안에 그 온기를 가두고. 이대로 다시 한 숨 잠들어 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야베의 눈이 조금씩 감기고 있을 때 즈음, 자장가처럼 들려오던 목소리가 멎었다. 내려앉은 침묵 사이로 작은 새소리가 창 밖 멀리서 들려왔다.
짹짹, 짹.
잠시간의 평온한 침묵을 두고, 칸에몽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가버렸다고, 그렇게 말했어. 하치녀석, 엄청 서운한 주제에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갔다면 그걸로 됐어’라면서 웃더라고. 그리고 그 다음에 다 같이 당고 먹으러 갔어.
그리 길지 않은 꿈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는지, 더 이상 칸에몽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은 없었다.
짹. 짹짹. 다시금 찾아온 평온한 침묵에 또 한 번 새소리가 내려앉았다. 잠들어 버린 건지 지긋이 감겨있던 아야베의 눈꺼풀이 작게 움직였다. 속눈썹도 함께 작게 떨리며 느릿하게 눈이 떠졌다가, 다시 감겼다. 어린아이가 잠투정이라도 하듯 칸에몽의 쇄골부근에 묻은 고개를 약하게 흔들며 몸을 더 밀착시키자 꿈 이야기를 하는 내에도 전혀 미동이 없던 칸에몽의 몸이 조금 흔들렸다.
차륵.
눈도 채 뜨지 않고, 졸음기 다분한 목소리가 아야베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당고 먹고 싶어요?”
웬일인지 대답은 조금 늦게 들려왔다. 귓가를 울리는 칸에몽의 목소리는 꿈 이야기를 할 때보다 조금 더 가라앉아있었다.
“그러네. 응. 먹고 싶어.”
이미 반쯤은 꿈속에 가 있던 아야베의 눈이 번뜩 떠 진 것은 그 때였다. 아야베는 묻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고, 바로 위에 있는 칸에몽의 얼굴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깜빡.
깜빡.
서로 눈을 마주한 채 그저 깜빡이기를 잠시, 크게 떠진 아야베의 눈에 기쁨이 서리기 시작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옥죄듯 안고 있던 칸에몽을 망설임 없이 놓고 아야베는 나른하게 뉘여 있던 몸을 일으켰다. 햇살을 받아내던 이불이 걷히고, 그 반동으로 칸에몽의 몸 역시 조금 흔들렸다.
차락.
“지금 가서 사 올까요? 전에 타키가 이 근처 어디가 맛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맞아. 요즘 단풍도 예뻐요. 예쁘게 핀 걸로 골라 꺾어 올까요? 더 먹고 싶은 건 없어요? 보고 싶은 건요?”
여느 때보다도 조금 빠른 목소리. 여느 때보다 조금 높은 목소리. 드물게 들뜬 얼굴을 햇살 아래에서 빛내며 아야베는 신이 난 아이처럼 칸에몽에게 계속 물었다. 칸에몽이 옅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이 또 좋아, 웃는 것이 좋아, 아야베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숙여 그 입술에 짧게 입 맞추고는 서둘러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왔다.
대충 옷을 걸쳐 입고 허리에 끈을 묶고 있을 즈음에 뒤에서 바스락거리며 칸에몽이 따라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그락.
“아야베”
잔잔하게, 자신을 부르는 칸에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에 또 놀라 세차게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먼저 바라보고 있는 칸에몽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 사랑스러워라. 아야베는 눈가를 옅게 누그러트리며 다시 칸에몽에게 다가가 이번에는 조금 길게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코끝이 닿는 거리에서 깜빡. 눈을 맞추고 깜빡이자 새삼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버리는 칸에몽을 잠시 바라보다 아야베는 몸을 일으켰다. 뺨을 한 번, 머리를 한 번. 답지 않은 상냥함으로 쓰다듬은 뒤, 아야베는 칸에몽이 먹고 싶다는 당고를 사기 위해 몸을 돌렸다.
집을 나서는 아야베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행복함에 옅은 호선이 걸려 있었다.
“좀 더 주무시고 계세요. 금방 사 가지고 올게요.”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없었다.
햇살이 포근했던 아침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바라던 칸에몽의 위해, 당고를 사 가지고 오던 길이었다. 지나던 길에 흔히 보이던 단풍나무 중 발견한 유난히 어여쁜 단풍나무. 그 가지를 꺾어 당고상자를 묶은 끈 사이에 끼웠다. 그가 좋아해줄까. 햇살 품은 포근한 집에서, 함께 그가 좋아하는 당고를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붉은 잎새 송글송글 맺힌 단풍 나뭇가지. 그 어여쁜 가지가 끼워진 당고상자를 한 손에 든 채 아야베는 설레는 마음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후 즈음에 도착한 집에는 아침의 포근함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텅 빈 이부자리. 풍겨오지 않는 익숙한 살내음. 해의 위치가 바뀌어 더 이상 따사로움이 비춰지지 않는 집안은 서늘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늘진 집 안을 보며 아야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처음 비어있는 집 안을 봤을 때는 조금 놀라 눈을 크게 했지만, 그 놀라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텅 빈 이부자리를 보며 가만히.
아야베의 시선이 향한 곳은 집안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오직 이부자리 위, 한 곳뿐이었다. 언제나 칸에몽이 누워있는, 앉아있는 그 곳.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다른 무언가를 할 때에도 칸에몽은 늘 그곳에 있었다. 단 한 순간도, 그 이불은 칸에몽의 온기를 잃은 적이 없었다.
아야베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발걸음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걸음걸이로, 벗지 않은 신 그대로 집 안에 들어갔다.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 칸에몽의 흔적이 가득한 이불 위에 앉아 사 들고 온 당고상자는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두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아도 찾는 것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아야베의 손이 이불 한 구석으로 뻗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찰그락, 거친 쇳소리가 그늘 진 방 안을 울렸다. 손에 쥔 그것을 잡아당기자 차르륵하는 서슬 퍼런 소리를 내며 딸려오다가 어느 지점에서 그것은 단단하게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제법 힘을 주어 잡아당겨도 팽팽하게 쇳소리만을 내며 끊어지거나 부서지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보며 아야베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하지만 그 의문 역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불 위에 놓여 있던 둥근 머리 부분이 강한 힘에 의해 깨져있는 것이 보였다. 이불을 들춰보자 깨진 쇳조각들 사이사이 단풍처럼 흐드러진 붉은 자국들이 눈에 띄었다. 피어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듯 자국들은 어여쁘게 붉었고, 하얀 이불자락에 옮겨간 것들도 군데군데 있었다. 아아. 그 무수한 흔적들을 보는 아야베의 눈이 가늘어지며 그 손끝이 자국에 닿았다.
단풍이 보고 싶으셨구나.
아야베의 입가에 다시금 옅은 호선이 걸렸다. 눈가를 느슨하게 풀어 상냥함을 담고, 눈앞에 놓인 단풍을 닮은 자욱들을 보았다. 닿은 부분에 조금 힘을 주어 쓸어내리자 손가락 끝에 색이 묻어나왔다. 참으로 어여쁜 붉은, 검붉은 빛이었다. 밖에서 꺾어가지고 온 나뭇가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야베는 손가락 끝에 묻어난 색을 입술에 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붉게 흐드러진 단풍, 떨어지는 그 잎새 사이에서 어여쁘게 웃고 있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저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것처럼, 당장이라도 그 목소리가 들려올 것처럼 생생해서 안달마저 날 지경이었다. 눈을 떴다.
너무나 어여뻤던 붉은 세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그림자 드리워진 서늘한 집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아주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조금 멍하니 두 눈을 깜박, 깜박.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다시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텅 빈 이부자리와 손에 들린 깨져버린 서늘한 쇳덩어리였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어루만지다, 아야베의 입에서는 짧은 탄성과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데리러 가야...”
으아아아 2014년 봄 즈음에 처음 사약게임으로 히코타케를 만들고... 그 후에 어찌어찌 10월 즈음에 산하치와 아야칸까지 탄생하게 되서.. 2015년을 꼬박 이 사약을 앓으며 살았네요ㅠㅠㅠㅠ 설마하니 소비러인 제가 합작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던.....
나름 1주년 기념(?) 이라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써내려 갔지만.. 잘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여하튼... 부족하기만 한 양심리스 글이라 많이 죄송하지만.... 함께 해 준 두 분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쓰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ㅠㅠ 앞으로도 함께 사약파티><...!(혼남
다음 순서는 하람님(@Ryu_Hara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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